일본여행 : 2019년/10.18 ~ 10.19 : 에치고유자와

친구따라 리조트간다 : (1) 비오는 밤의 에치고유자와

breakcore 2020. 3. 12. 18:00

 

 

 

2019년 10월 18일

내 친구 P가 니가타(新潟)현에 있는 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역 근처의 리조트에서 장기 투숙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면서 P가 모처럼인데 한적한 곳에서 하루 묵으면서 놀지 않겠냐고 했다

나야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리 없었다

 

 

 

나는 놀러가기로 한 당일 우에노(上野)역에서 도쿄 와이드 패스를 발권하고 가기로 했다

도쿄 와이드 패스는 10,000엔 남짓인데 비해 에치고유자와역 왕복은 12,000엔이 넘기 때문에 무조건 패스를 사는게 이득이였기 때문이다

근데 출발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은 빨리 갔음에도 불구하고 발권하는 창구에서 대기하는 외국인 관광객 무리가 데스크 앞에서 처음 패스에 대한 정보를 접했는지 거기서 고민하느라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나는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차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야만 했다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할 것이 없어서 역 안에 있던 햄버거 가게에서 배를 채움 

 

 

 

예상보다 한 시간은 더 늦었지만 어쨌든 도착한 에치고유자와역

원래 유자와마치(湯沢町)는 도쿄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스키장이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사실 그렇게 가까워 보이지는 않지만 신칸센으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나름 근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성수기는 겨울이고 내가 온 10월은 비수기라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 조용한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이 때 16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친구가 리조트에서 마중을 나온다고 했으니 역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근데 갑자기 확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든 것들이 빨리 닫는 동네라 밤이 되면 역사 내 시설 말고는 크게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주변 산책만 하기로 한다

 

 

 

찍어보니 초점은 다 나갔지만 비를 머금은 꽃들을 찍어보고 싶어서 찍어봤다

 

 

 

어두워질수록 마을의 고요한 어둠을 벗어나기라도 하듯이 하나씩 불빛이 켜진다

비가 와서 가방드랴 카메라드랴 힘들었지만 대신 운치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도쿄 근교 휴양지라고 해도 비수기에는 다들 이래저래 힘들어보였다

지역 주민 분께 여쭤보니 매년 유자와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고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문을 닫은 음식점들도 눈에 띄었고 성수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을 법한 스키 및 보드와 관련한 가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온천도 나오는 지역이다 보니 리조트나 료칸들은 역 근처에 많이 있었고 당시에도 묵으러 오는 사람들은 꽤 있는 듯 했다

 

 

 

료칸 하나가 입구도 이쁘고 해서 잘 찍어보려고 용을 썼는데 못 찍겠더라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었기 때문에 다시 에치고유자와역으로 돌아왔다

 

 

 

이 때 가게 사진을 찍지 않아서 다른 날에 찍은 사진으로 가게 모습을 대체했다

츠케멘을 먹으려고 들어간 가게 에치고이신(越後維新)

본점이 따로 있는데 역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고 역사 내에 분점이 생겨서 이 쪽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 며칠간 유자와에 있었고 상식이 풍부한 P의 말로는 기본적으로 니가타는 쌀이 유명해서 술같은 것들이 유명하다

근데 여기는 면에다가 니가타의 코시히카리를 배합해서 맛있었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매운 것을 잘 먹지는 못하지만 살짝 매콤한 츠케멘이 먹고 싶어서 우마카라토리돈 츠케멘으로 주문했다

일단 츠케다시에 찍지 않고 면만 먹어도 맛있었고 고명으로 돼지고기 차슈가 아닌 닭고기로 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또 괜찮았다

다만 매운 정도가 장난 아니다 일본이라고 설마 맵겠어 하고 얕보고 시킨건데 너무 매워서 완식을 못 할 뻔 했다

맛있긴한데 저처럼 신라면 정도까지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운 맛을 시키지 말도록 합시다

 

 

 

후식으로 카페를 왔는데 가게 이름은 코우지라떼(糀ラッテ) 혹은 코우지카페(糀カフェ)라고 불리는 듯 하다

코우지가 대체 뭔가 싶었는데 P가 말해주길 술을 빚을 때 필요한 누룩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는 그 누룩을 이용한 메뉴들을 파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딸기맛으로 시켰는데 뭔가 익숙한 맛이면서도 뒷맛이 우유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리조트의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P가 묵고 있는 리조트 객실로 들어왔다

아주 아늑하게 되어 있어서 돌아온 뒤에도 적당히 누워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