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일
쿠시로에서 출발해서 나미다 미사키, 비와세 전망대, 키리탓푸 미사키를 들린 뒤 계속 네무로를 향해서 가고 있는 중이다.



도도 142번을 타고 달리다가 도중에 주차장이 있어서 잠시 내려서 쉴 겸 둘러봤다.
우라야코탄(羨古丹)이란 마을인 것 같다.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과거에 호주의 포경선이 여기서 정박을 한 적이 있다는 것 같다.




계속 도도 142번을 타고 이동하다가 바다랑 연결된 호수에 말이 보이길래 잠시 갓길에 차를 대고 내렸다.
처음에는 뭐지 진짜 야생마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목장이 있었고 거기서 방목하는 말이라고 한다.
위치는 아까의 우라야코탄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에사시토(恵茶人)라는 곳에 있다. 그냥 도도 142번을 타고 가다보면 한 번 보게 될 듯 하다. 호수에 말이 거닐고 있는 모습이 꽤 신기하다. 겨울에는 두루미가 곧잘 보이는 곳이라고도 한다.

여튼 지나가면서 볼 것도 봤으니 다시 다음 목적지로.

다음으로 온 곳은 오치이시미사키(落石岬).
예전에도 한 번 왔었었는데, 그 때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도저히 수풀을 헤치고 안을 들어갈 수 없었어서 포기했었는데, 언젠가는 꼭 끝까지 가보려고 했던 곳이라 다시 들렸다. 이 쪽으로 차를 타고 올라오면 포장도로의 끝에 주차장이 있고, 거기서 쭉 걸어가면 된다.

한 5분 정도 걸으면 폐(廃)전신국이 나오며, 이걸 지나면 오치이시 미사키로 가기 위해 숲을 가로지르는 목도 입구가 나온다.

근데 여기 오치이시 근방도 최근에 곰 목격 정보가 좀 있었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점점 흐려져서 곧 비가 올 것만 같았기 때문에 쫄아서 못 들어갔다. 이게 내가 알기로는 편도로 약 25분 정도 걸어야하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이 조건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기에 그냥 드론만 쓱 날리기로 했다.
드론은 정말 금방 다녀오는 거리인데...
여행 계획을 세웠을 때는 그거 뭐 그냥 쓱 한 번 산책하듯이 들어갔다오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목도 양 옆으로 자라난 수풀들을 보니 못 들어가겠더라. 사람이 좀 많았다면 들어갔을텐데...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지금이야 아 그냥 들어갔어야했는데 생각을 하지만 막상 다시 가면 또 생각이 바뀔 것 같다.

단념하고 돌아가는 길에도 보이는 친구들. 너네만 사는 곳이었으면 무섭진 않았을 것 같은데.
뭐 여튼 단념하고 차로 걸어돌아가는 길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후퇴하기는 잘 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치이시에서 저번 2019년에 왔을 때 봤었던, 새우라멘이 대표메뉴인 한 라멘집을 이번엔 들려보려고 했으나, 주인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더 이상 주방을 지키기 어려워서 문을 닫은 상태였다. 2025년 말에 완전히 폐업을 하셨다고 하니 이렇게 가보려고 하는 곳들이 하나씩 사라지는게 실감이 됐다. 그래서 다른 가게로 선회.

그래도 네무로에 왔으면 게는 먹어야지 않겠나 싶어서 들린 가게 카니야 메시야 다이하치(かに屋 めし屋 大八).
원래는 그냥 카니라멘 혹은 카니챠항이나 먹으려고 했었는데, 가게에 들어가보니 메뉴에는 실려있지 않고 가게 벽에만 붙어있는 메뉴인 하나사키동이 있길래 그 쪽으로 선회. 가격은 3500엔 정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자세히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네무로까지 왔으니 가격이 상대적으로 좀 나가도 하나사키 게를 먹는 쪽이 좋겠다 싶었다. 맛있긴 하더라. 미소시루도 게가 들어가서 맛있었다.




사실 배도 아직 살짝 남았고 해서 2차로 들린 네무로 하나마루 네무로점(根室花まる根室店).
회전 초밥이고, 사실 홋카이도의 다른 지역이나 도쿄에도 지점들이 있어서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순 있지만, 가게 이름부터 앞에 네무로를 붙히고 있으니 네무로에서 그냥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본점인지는 모르겠는데 1호점인건 맞는 것 같았다.
아까 그래도 밥을 한 그릇 하고 왔으니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고 가볍게 맛만 보고 나왔다.

밥을 먹고 하나 더 갈 곳이 있었는데, 비가 꽤 내리기 시작해서 잠깐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살짝 멎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숙소 이름은 네무로 그랜드 호텔.
상당히 오래된 호텔인데, 구글 평점이 이 정도로 낮은 것은 본 적이 많이 없어서 시설에 관해서 조금은 걱정을 하긴 했는데...
호텔 방 문을 보고 확실히 연식이 좀 많이 되긴 했네... 싶었다. 약간 우리나라 지방도시 관광 호텔 중 오래된 곳을 보는 느낌.

원래는 네무로 시내가 아니라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롯지에서 자려고 예약까지 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 바로 근처에서 곰 목격 정보만 몇 번 있었기에 뒤늦게 다른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네무로에는 숙박시설이 많지 않았고, 이미 어느 정도 사람들이 차서 그런지 새로 구할 수 있는 숙소의 선택지가 상당히 좁았다. 그래서 네무로 그랜드 호텔로 오게 된 것. 가격은 9,000엔으로 기억한다.

의외로 숙소에 관해서 화장실만 방 안에 붙어있으면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인데, 그런데도 방에 들어왔을 때 문제가 몇 개 있긴 했다.
첫 번째, 오래된 연식으로 인해서 낙후된 시설이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교체할 여력이 안 되는지 더럽거나 파손된 상태로 있는 물품들이 좀 있었다. 물론 소파나 의자 등 일부 가구는 교체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두 번째, 냉방과 난방 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프런트에 전화해서 선풍기를 가져달라고 해야만 했다. 홋카이도인데 뭐 덥겠어? 했지만 선풍기를 계속 틀어놔도 땀이 날 정도였기에 선풍기라도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었다.

구글 리뷰에서 시설에 관한 불만이 있을 법한게 예를 들면 욕조가 파손이 된건지 뭔가 불이라도 가까이 했었는지 변형이 되어있었는데 그걸 절연테이프로만 대처를 해놓았다던지...

아무리 바닥은 신발신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벽면도 곰팡이나 거미줄도 있었고 사실 전체적으로 9,000엔 주고 있고 싶은 상태는 아니긴 했다. 예약자명을 보고 혐한인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일본인들의 불만도 많은 것으로 봐서 그런 개념은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접객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고, 다른 리뷰들을 좀 더 둘러보니 전 객실이 다 이런건 아닌 것 같고 바닥을 포함해서 조금씩 깔끔하게 바꿔가는 호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같은 돈을 주고 뽑기 하듯이 방을 배정받고 싶지는 않아서 다음에 다시 네무로를 온다고 하면 웬만하면 우선순위에선 많이 밀려나지 않을까 한다.

비가 멎지 않아서 그냥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다시 나가면서 찍은 엘리베이터 안.
네무로가 쿠릴 열도로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있는 곳인데, 어쨌던 러시아랑 가까워서 그런가 러시아어도 병기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실제로 문화 교류같은 것을 하긴 했었던 것 같다.


네무로 시내 들어가기 전에 있는 슌쿠니타이(春国岱).
네무로 10경에 들어가는 곳으로 네무로 만과 후렌호를 구분하는 사주(砂州)로 형성된 습지라고 한다.
여러 조류, 야생동물, 식물들이 있다고 하고, 특이한 풍경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듯 하다.
목도로 정비가 되어있는 곳인데 일부 구간 목도가 파손이 되어서 정비를 위해서 막아놓고 있었다. 2025년 12월 24일까지.

바로 옆에 목도 대신 일반 길로 우회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는 곰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근처에도 곰 목격 정보도 나오고 슌쿠니타이 내부에서도 곰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래서 곰 조심을 해야하는 곳 중 하나다.

큰 문제가 있었는데 사진 상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지만 비도 내리고 바람도 엄청 세게 불었다.
근데 나름 기대한 곳이라서 가긴 가야할 것 같고... 바람이 부는게 우산을 펴면 뒤집어지는 수준이라 우산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바람막이로 꽁꽁 싸매고 출발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 10분간 걷다보면 슌쿠니타이 안 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여기서도 모습을 보이는 사슴

목도를 건너가는 도중에 아 이러다 감기걸릴 것 같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머금고 더 이상 가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입구에서 비가 살짝 약하게 내릴 때 아주 잠깐 드론을 날렸다. 슌쿠니타이 네이쳐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드론 비행이 법률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야생동물이나 조류 등 피해가 가지 않게 하고, 드론 포트라던지 공작물이나 간판 설치는 따로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확인했고, 날리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아쉽긴 했지만 아직 여행 초반인데 몸도 좀 으슬으슬하고 감기가 걸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이 곳을 어느 정도 둘러보려면 2~3시간은 걸어다녀야해서 그만큼을 돌아다닐 컨디션은 절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비를 쫄딱 맞은 상태로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온 레스토랑 Boschetto.
보스케토라고 읽고 이탈리아어로 작은 숲을 뜻한다는 것 같다. 피자나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노삿푸 미사키(納沙布岬)로 가는 길에 있다.



막판에 비가 많이 쏟아져서 꽤 많이 비를 쫄딱맞은 상황이었고 슌쿠니타이도 얼마 못 보고 나와서 살짝 침울해있었는데, 가게의 따뜻한 롯지의 분위기가 마치 나에게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포근한 느낌이 들게 해줬다.


비는 여전히 많이 쏟아지고 있었고 바람도 상당히 많이 불어서 덜컹덜컹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상황도 낭만있게 바꿔주는 가게의 분위기.

내가 주문한 음식은 우니 크림 파스타고 가격은 3,000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토마토 베이스 크림 파스타인데 우니가 곁들어져있다. 고소함이 은은하게 퍼지는게 느껴지는 다시 먹고 싶은 맛.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크림 파스타는 금방 느끼해진다고 생각해서 잘 안 먹는데, 여기서는 물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파스타는 하나사키 게가 통째로 올라와 있는 토마토 크림 파스타라던지, 네무로 사슴 고기 미트 소스 파스타라던지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팔고 있었다. 디저트도 팔고 있어서 먹을까 싶었으나 이 날 먹는데 지출을 상정 이상으로 꽤 많이 했기 때문에 자제하기로 했다.

토마토 통조림 캔으로 만든 벽 사이로 보이는 부엌으로 셰프님 손이 움직이는게 보였다.


다 먹고 계산하고 나올 때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가 살갑게 말을 걸어주셔서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나왔다.
막판에 비가 와서 살짝 기분이 축 처져있었는데 포근한 분위기로 마음을 녹이고 나올 수 있었다.
다음에 네무로를 간다면 다시 한 번 들려서 다른 메뉴와 디저트까지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점심 시간 때는 가본 적이 없지만, 노을을 질 때나 저녁에 오는 것이 더 운치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노삿푸 미사키 쪽으로 왔으니 조금만 더 가서 일본 최동단 편의점이라는 곳을 들렸다. 세이코마트 우치야마 하보마이점.
저녁에 숙소에 가서 간단히 까먹을 간식거리를 사고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나니 생각보다 방이 더워서 호텔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안개가 싹 낀 것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살짝 몸이 으슬으슬해서 빨리 정리하고 잠을 푹 자기로 했다.
이 날 주행한 거리는 약 210km. 여행 동안 이동한 거리는 총 930km. 그래도 하루에 200km 이상은 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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