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간밤에 살짝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불덮고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쳤길래 어제 갔다가 비와서 포기한 슌쿠니타이를 다시 가 말아 고민을 했다.

뭐 어쨌던 네무로에서 빠져나가는 길목에 있으니까 뒤에 있던 일정을 좀 조정하더라도 잠시 들리기로 했다.
이 날은 조금 이동할 거리가 좀 되는 날이라 추가적으로 많은 시간을 빼진 못 할 것 같아서 딱 40분만 빼기로 했다.


어제는 바람이 엄청 불고 비가 많이 내렸으나 오늘은 다시 해가 떠서 그런 것일까? 쿠시로 습원에서 봤던 부유가 나에게 엄청 달려들었다. 그래도 나도 벌레에게 피해를 한 번 봤으니 이미 바람막이와 모자로 온 몸을 감싸서 살갗을 가능한 보이지 않게 하고 어제 건넜던 우회로를 통해 걸어갔다.

입구에서 슌쿠니타이 안 쪽으로 들어가는 다리까지 이어지는 목도의 모습.
중간에 무너져있어서 새로 정비하려고 막아둔 듯 하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새들



그리고 먹느라 분주한 사슴들


다리를 건너서 목도를 쭉 걸어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숲 안 쪽으로 들어가는 아카에조마츠(사할린 가문비나무)코스고, 오른쪽으로 가면 목도가 끝나고 흙길로 빠지는 키타키츠네(북방여우)코스로 나뉜다. 나는 왼쪽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슌쿠니타이에서의 산책 코스 종류와 시간을 알고 싶으면 슌쿠니타이 네이쳐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고목들이 이렇게 서 있어서 그런가 뭔가가 휩쓸고 가서 황폐해지고 쓸쓸한 느낌이 장난 아니다.

보정을 좀 이렇게 걸어버리면 공포게임이나 종말을 맞이한 디스토피아 같은 느낌도 난다.




목도 밑은 이렇게 진흙으로 질척한 느낌을 확 주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슌쿠니타이는 바닷물에 쓸려 내려온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사주(砂州)로 3000년 정도에 걸쳐서 세 개의 모래언덕으로 형성되어있다고 한다. 동시에 습지이기도 해서 조류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좀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비틀어지고 쓰러진 고목들의 뒷편으로는 나무들이 무성히 서 있는 숲이 있다는 것이다.


숲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꽤 흘러서 되돌아가기로 한다. 아마 조금만 더 가면 이 코스는 끝일 것 같긴 한데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다시 오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평일 아침이라서 그런가,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였기 때문에 상당히 쓸쓸한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가끔 모양이 이상한 나무를 얼핏 보면 저거 동물 뼈 아니야? 하고 착각할만하게 생기기도 했다.



아까 갈림길에서 키타키츠네 코스 쪽 방면의 모습. 도중에 목도가 끊겨있고 흙길을 걸어야하는 코스인 대신 울타리로 길 표시를 확실히 해두었다.


전체적으로 목도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되고 있는 것 같았고, 위험하다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곰만 나오지 않는다면...


아침 햇살을 피해서 목도 밑에서 몸을 피하기도 하고 목을 축이는 사슴 무리들.



제일 바깥 해안 쪽도 코스가 길게 나있기 때문에 슌쿠니타이의 코스는 총 세 가지다.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좀 느긋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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