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 모지코 맥주 공방 가게 이전

 

 

 

  저는 카레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가다 한 번씩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에게는 그런 존재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먹어보았던 스프카레와 야끼카레는 먹고 나서 이미지가 좋게 자리잡아서 그런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가끔씩 먹고 싶다고 떠오를 정도인데요. 이번에는 제가 야끼카레를 처음 먹어보았던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일단 야끼카레(焼きカレー)란 무엇일까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밥 위에 카레를 얹고, 그 위에 치즈와 계란을 얹어 오븐에 굽는 형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야끼카레를 취급하는 가게마다 맛이나 형태, 그리고 제공되는 토핑까지 모두 상당히 다른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정형화된 품목이 아닌 야끼카레란 음식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焼き는 굽다는 뜻이기 때문에, '카레와 치즈를 얹고 구운 형태'만 지키면 그 외 바리에이션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야끼카레의 발상지는 일본에서도 키타큐슈에 있는 모지코(門司港)라고 합니다. 지역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이지 시대 때 국제무역항이 있던 곳으로, 다른 곳에 비해 서양 문화가 빠르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 문화와 접목되는 음식들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거기서 대표적인 음식이 야끼카레라고 합니다. 실제로 모지코에서는 야끼카레 지도라는 것이 작성될 정도로 다양한 야끼카레 가게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야끼카레 지도는 아래의 링크에서 pdf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門司港レトロ焼きカレーMAP

 

  제가 처음으로 야끼카레를 먹은 가게는 '모지코 맥주 공방'이라는 가게입니다. 특이하게 가게 이름만 봐서는 딱히 야끼카레가 연상되지 않지만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나름 술안주 주력 메뉴로 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기본적으로 양조장과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고, 맥주를 주조해 팔고 있는 곳입니다. 각종 일본 내 맥주 대회에서도 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맥주의 종류는 바이젠, 페일에일, 필스너를 상시 제공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한정으로 스페셜 맥주를 주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기를 잘 맞춰가면 스페셜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인데, 여기서 한 번 시도해본 결과 야끼카레와 맥주의 조합은 상당히 좋았었습니다.

 

  원래 이 가게는 모지코에 있었습니다. 근데 오랜만에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그 위치에 아무것도 뜨지가 않더라구요. 검색해보니 2020년 9월 30일부로 모지코에 있던 가게를 영업종료하고, 2020년 12월 3일부터 코쿠라역 근처로 가게를 이전했다고 합니다. 이전 이유는 역시 코로나인 것 같습니다. 키타큐슈를 대표하는 최대 도시인 코쿠라로 옮겨서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려는 것 같습니다. 코쿠라와 모지코는 절대 먼 곳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찾아가는 수고를 안 들이게끔 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양조장은 그대로 모지코에 남겨두었으며 모지코의 각종 레스토랑에 유통해서 맛 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맥주나 레트로트 카레도 인터넷 판매도 그대로 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찾아보셔도 될 것 같은데 해외 배송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홈페이지 링크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門司港地ビール工房

 

  모지코 맥주 공방이 탄생한 이유가 레트로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마을에서 배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으로부터라고 합니다. 그런 이념을 가지고 시작했건만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치면서 배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없는 곳으로 레스토랑을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언젠가는 다시 모지코로 돌아가서 레스토랑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유지를 해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만간 다시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합니다.

 

 

 

아래에 모지코를 들렸던 여행기 링크를 달아놓을테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JR 산요산인 패스 : 1일차, 나름 낭만적이었던 키타큐슈 둘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