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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 두더지역으로 유명한 도아이(土合)역에 카페가 들어서다

breakcore 2020. 12. 18. 18:00

 

 

 

  일본에는 다양한 철도 노선들이 깔려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역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도 특이한 역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 중에서도 저도 두 번 갔다온 적이 있는 역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죠에츠선(上越線) 도아이(土合)역입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룰 도아이역

  니가타(新潟)현 남부와 접해있는 군마(群馬)현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아이역은 우선 상행선 플랫폼과 하행선 플랫폼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상행선 플랫폼에서 하행선 플랫폼까지 가는데 넉넉잡아 10분에서 15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상행선(미나카미 방면) 플랫폼은 지상에 멀쩡히 자리잡고 있는 반면에 하행선(나가오카 방면) 플랫폼은 지하 깊숙히 박혀있기 때문에 꽤나 긴 계단을 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빛도 별로 없는 어두운 복도와 터널 안에서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462개의 계단은 보기만해도 역을 이용하기 주저하게 될 정도입니다.

 

하행선 플랫폼으로 가기위한 여정

  사실 이런 지하에 위치한 터널식 역은 사실 더 있습니다. 도아이역 바로 근처에 있는 유비소(湯檜曽)역도 있고, 츠츠이시(筒石)역도 있고, 미사시마(美佐島)역도 있습니다. 다른데도 더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딱히 철도오타쿠가 아니라서 제가 아는 곳은 이 정도네요. 여튼 도아이역은 그런 특이한 역의 대표격인 것 치고는 다른 곳 보다 꽤나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도아이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유비소역

  물론 접근성이 좋다는 말은 도쿄에서 출발한다는 가정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본여행을 하러 갈 때 도쿄를 들리는 경우는 꽤 많은 편이니까요. 도쿄에서 죠에츠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역에서 하차한 다음, 죠에츠선 미나카미(水上) 방면 열차를 타면 됩니다. 조금 악의적으로 요약하면 환승 한 번이면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죠에츠선은 열차가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보고 가야만 낭패를 당하지 않지만, 난이도 자체는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심지어 외국인은 약 1만엔을 지불하고 도쿄권내 JR과 신칸센을 연속 3일간 탈 수 있는 '도쿄 와이드 패스'라는 것을 쓸 수 있는데, 도쿄~에치고유자와만 왕복해도 본전은 뽑는 패스라서 가격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지도 상으로 보면 꽤 멀어보입니다. 하지만 소요시간을 생각해보면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출발해서 에치고유자와역까지가 약 1시간 남짓 걸리고, 거기서 대기 시간을 제외하고 도아이역까지 30분 정도 걸립니다. 즉 도아이역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조금만 준비한다면야 무리없이 갈 수 있는 곳이란 이야기죠. 굳이 가야하는지에 대한건 둘째치고요. 나머지 역들 중에서는 그나마 유비소역은 도아이역과 바로 한 정거장 차이라서 역시 가는거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도아이역만큼의 임팩트는 없는 편입니다. 오히려 유비소역은 온천마을이 근처에 있어서 그 쪽이 더 유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 미나카미 방면 열차를 대기하는 중

  그 외에도 도아이역은 근처에 아사히다케(旭日岳)나 타니가와다케(谷川岳)와 같은 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 산행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역이라고 합니다. 물론 하루에 열차 자체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가용을 타고 오던지 아니면 미나카미역이나 죠모코겐(上毛高原)역에서 버스를 타고 근처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도아이역 자체는 이용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무인역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역 자체는 들어가보면 상당히 을씨년스럽습니다. 사람도 별로 안 오는데다 연식을 느낄 수 있는 건물 모습, 거기다 어두운 통로와 계단에 흐르는 물줄기까지 얼추보면 폐건물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합니다.

 

타니가와다케에 올라와서 아사히다케를 바라본 모습

  그런 도아이역에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2020년 8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駅茶mogura. '모구라'는 두더지를 뜻하는 단어로 도아이역이 깊은 지하역으로 유명해 두더지역이라고 별명이 붙었기에 거기서 따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역을 뜻하는 '에키'와 차를 마시는 곳을 뜻하는 '킷사텐'을 붙여서 '에킷사 모구라'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출처 : 駅茶mogura의 인스타그램 @doaivillage

  도아이역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하기에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디에다 카페를 차렸을까? 그래서 찾아보니 원래 도아이역의 매표소였던 역 사무실을 카페로 탈바꿈한 것 같더군요. 어차피 기본적으로 무인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쓰지 않는 필요없는 공간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던 듯 합니다. 오히려 카페가 있기 전에는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는데 카페 덕분에 조금은 밝은 분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만 원래 역 사무실은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야 문이 있었기에, 카페도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야 진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뭐 달리 표를 이용한 개폐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표 없이 그냥 들어가도 문제는 없습니다.

 

카페가 들어서기 전의 모습. 왼쪽 편에 문들이 역 사무실 입구

  파는 것은 커피나 쥬스는 물론 맥주나 고구마소주도 판다고 되어있군요. 간단한 음식도 파는 모양입니다. 평일에는 11시부터, 주말에는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해서 18시에 종료한다고 합니다. 다만 부정기휴일이라서 미리 영업을 하는지 알아보고 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일 공지는 밑에 달아드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OAI VILLAGE instagram)

 

  그리고 11월 14일부터 DOAI VILLAGE라는 곳이 영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도아이역 바로 옆에서 글램핑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도 있어서 들어가보니 위에 언급한 모구라 카페도 여기서 같이 운영하는 것 같네요. 객실자체는 4개 정도만 있는 것 같고, 부지도 크지 않고 작게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바로 역 옆에 붙어 있는 느낌입니다. 1박에 명당 25000엔이라하고 석식과 조식 그리고 음료까지 카페에서 제공한다고 합니다. 숙박객에 한해서 사우나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딱히 자세하게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어만 제공되지만 예약은 한국어로도 진행이 가능하네요.

 

DOAI VILLAGE

群馬県みなかみの土合駅にDOAI VILLAGEがオープン。「土合」は川と川が合流するところ。人の流れが行き交う場所、みなかみのDOAI VILLAGEへ遊びに来てください。

villageinc.jp

 

  2020년은 코로나때문에 본디 있었던 것들도 하나씩 없어지는 와중에, 그것도 이용객도 적은 역에서 새로이 뭔가 준비를 해서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꽤 놀라웠습니다. 착 가라앉은 어두운 이미지에 가까웠던 도아이역에 액티비티한 분위기가 새로 형성되려는 모습에도 놀랐구요. 물론 이 계획 자체가 예전부터 이미 구상되고 있었겠지만, 상황이 어려울 것을 감안하고도 강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앞으로 잘 버틸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아래에 도아이역 관련 예전 포스팅 링크를 달아놓을테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2019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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