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밤새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왓카나이는 어디로 가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맑은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유스호스텔에서 바라본 왓카나이 모습
항구 쪽으로 내려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타야할 버스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하얀 눈과 함께하는 언덕과 바다
일본 최북단인 소야미사키(宗谷岬)로 왔다
약 50분을 버스를 타기에 생각보다 왓카나이 시내에서 멀다
심지어 하루에 왕복 4회 운행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확인하고 가자 (시간표확인)
눈으로 뒤덮힌 이 곳과 바로 옆에 탁 트인 푸르른 바다
날이 맑으면 저기 멀리 사할린이 거리상으로 40km 정도 떨어져있기에 보인다고 한다
사진으로 찍히지 않아 없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갔을 때는 맑아서 희미하게 보였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는 곳을 보면 이렇게 한 번쯤은 뒹굴어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세계 인류가 평화롭기를
이에 대한건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한다
반대편 길가에 식당 최북단(食堂最北端)이라는 곳이 있어 거기에서 몸도 따시게 할 겸 라멘을 한 그릇 먹었다
주인 할머니 말씀으로는 지금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안 오지만 여름인 7~8월에는 대절버스도 오고 꽤 붐빈다고
소야미사키 공원이 있길래 올라가보기로 했다
위에서 바다 쪽을 내려다 본 모습
완전히 눈으로 뒤덮혀 아무도 왔다가지 않은 듯한 모습
그저 왔다간 손님이라곤 누군지 알 길 없는 작은 동물들
저기 보이는 탑이 1983년 9월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에게 대한항공 007편이 격추되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인 추도의 탑(祈りの塔) 혹은 기도의 탑이라고 한다
소야 어업협동조합 여성부에서 기도의 탑 설립을 했을 때 아르메리아라는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며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고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 정도로 적혀있다
아마 아까 위에 소야미사키에서 발견한 세계 인류가 평화롭기를 이라고 적힌 것도 이 취지로 하여금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발자국이 밟힌 깊이가 장난이 아니다
원래 키가 작지만 눈 속에 다리가 파묻히니까 정말 호빗같다
멀쩡히 걸어가고 있는데 만화마냥 몸이 갑자기 밑으로 꺼지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거의 함정에 빠진 급인데 대체 눈이 얼마나 쌓였길래 배 위까지 쌓이지
원래 종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세계 평화의 종 다른 하나는 육아 평화의 종
이 흰색은 육아 평화의 종이다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많은 양의 눈 때문일까 우리는 텐션이 너무 올라가 있었다
신난다
슬슬 버스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다시 내려가기로 한다
너무 눈 속을 헤집고 다녔더니 바지가 꽁꽁 얼어버렸다
왓카나이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대합실 안에는 이렇게 공책 형식의 방명록이 있었다
꽤나 어질러져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그림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고
불치병에 걸렸으나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니 여러분에게도 행복을 나눠주고 싶다
같은 마음 따뜻한 이야기도 남겨져 있다
방명록에 남겨진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다가 우리도 방명록에 글을 하나 남기고 다시 왓카나이로 돌아가기로 한다
같이 참고하면 좋은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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